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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4학년, 가을 바다에 추억을 띄우다

작성자
이상민
조회수
484
등록일
2026.09.16
수정일
2026.09.16

우린 4학년, 가을 바다에 추억을 띄우다


배롱나무 꽃길을 건너,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코스모스 꽃잎처럼 하늘하늘 우리 곁에 내려앉았다. 어느새 웃음꽃을 피우며 달려온 방송대의 시간도 끝자락에 와 있다. ‘우린 4학년.’ 이제는 이 말 속에 설렘보다 아쉬움이 조금 더 묻어나는 졸업 학년이 되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 마지막 가을만큼은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로 하면서, 시간 여유가 되는 학우들과 함께 바다로 나가, 훗날 꺼내 볼 수 있는 특별한 추억 한 장을 또 남겨 보기로 했다.

우리의 가을 여행은 보령 오천항에서 시작되었다. 카페리호에 승선하기 전, 충청수영정에 올라 항포구를 바라보았다. 닻을 내린 배들은 나란히 어깨를 맞대기도 하고, 제각기 자유로운 모습으로 물결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 풍경을 배경 삼아 우리는 학사복을 차려입었다. 졸업식보다 한발 먼저 입어 본 학사복이어서였을까.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이 터졌고, 카메라 셔터 소리마다 지나온 대학 생활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차곡차곡 앨범 속으로 들어갔다.

출항 시간이 되자 드디어 뱃고동이 길게 울렸다. 육지를 뒤로하고 바다로 나가는 순간 마음까지 탁 트였다. 월도와 육도, 허육도, 소도, 추도, 선촌…. 천수만에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은 마치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웃처럼 정겨웠다. 우리는 두 시간 동안 바닷바람을 맞으며 연신 감탄하고 사진을 찍었다. 눈앞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도 바빴지만, 그보다 더 바쁜 것은 마음속에 이 순간을 새겨 넣는 일이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찾아왔다. 우리 일행이 즐겁게 추억을 쌓는 모습을 눈여겨보셨는지 선장님께서 특별히 선장실 출입을 허락해 주신 것이다. 평소에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선장님만의 공간에서 직접 선박의 키까지 잡아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근엄한 선장 흉내를 내고, 누군가는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따봉!” 한마디가 절로 터져 나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천수만을 누비는 배의 선장이었다. 아마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장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배에서 내려 돌아오는 길에도 우리의 추억 만들기는 끝나지 않았다. 청소역에 들러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지의 정취를 느끼며 다시 한번 “찰칵, 찰칵!” 셔터를 눌렀다. 오래된 간이역과 철길 앞에서 찍은 사진에는 어느새 졸업을 앞둔 우리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었다.

생각해 보면 방송대에서 보낸 세월은 단순히 공부만 한 시간이 아니었다. 함께 배우고 웃고 여행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인생의 또 다른 계절을 만들어 온 시간이었다. 봄의 설렘과 여름의 열정을 지나 이제 졸업이라는 가을의 결실 앞에 서 있다.

언젠가 먼 훗날 오늘 찍은 사진들을 다시 펼쳐 보는 날이 오겠지, 그때 우리는 중국 연길(백두산) 여행 후에 준비해 둔 말처럼 남기던 스타일과 비슷하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지금 보니 그때 우리 참 젊었고 참 행복했던 모습이 읽히네.”

학사복을 입고 천수만 바다를 바라보던 그날, 뱃고동 소리와 웃음소리, 선장실에서 외쳤던 “따봉!”까지…. 이 모든 순간을 추억의 옷장 깊숙이 고이고이 넣어 둔다.

우리의 방송대 마지막 가을은 그렇게 바다 위에서 반짝였다.

 

대전충남 지역대학교 서산․태안 학습관

문화교양학과 4학년 이상민

유아교육학과 4학년 박재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이명자

사회복지학과 4학년 이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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